기천문 보도 자료

한국적 연극문법 세계무대에 서다

[문화일보 2003-09-20 10:24]

러·佛 공연축제 참가 ‘우투리’ 연출 김광림씨 날개가 꺾인 채 숨진 비운의 아기장수 ‘우투리’가 날개를 달고 부활, 세계로 비상하고 있다.
한국의 아기장수 설화 우투리를 소재로 마당극, 꼭두각시극, 무 예 기천문, 판소리, 탈춤 등을 종합해 만든 새로운 형식의 연극 인 극단 돌곶이의 ‘우리나라 우투리’(약칭 우투리)가 지난 13, 14일 러시아의 제5의 도시 에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제 7회 페 스티벌 테아트르 레알(Festival theatre real·진짜극 축제)에 참가한데 이어 2004년 5, 6월 프랑스 파리 태양극장이 주최하는 ‘ 프르미에 파(Premier pas·첫 발자국)’공연제에 참가한다.

살아있는 실험연극의 교과서 아리안 므뉘스킨이 이끄는 태양극장 은 파리 뱅센 숲에 있는 연극 공동체로 세계 문화상호주의 실험 연극의 요람이다. ‘우투리’의 태양극장 초청공연은 한국의 새 로운 연극양식이 세계 연극계에 공식인정받는 의미를 갖는다.

‘우투리’는 또 25~26일 과천 한마당 축제 참가에 이어, 10월 7 ~9일 인천 남구청 초청공연, 15~16일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열 리는 베세토연극제 참가, 27~11월 2일 서울 공연예술제 참가 등 활발하게 국내공연도 나설 예정이다.

18일 밤 서울 대학로에서 레알축제를 끝내고 귀국한 ‘우투리’ 의 작가 겸 연출자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을 만났다.

“러시아의 다섯번째 크기의 도시인 에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리는 레알축제는 연극성이 강한 진지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는 의미 있는 축제입니다. 급하게 초청받아 별로 준비도 못해 가지고 갔 습니다. 그리고 사실 아직 저도 이 작품에 완전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쪽에서 이 작품을 인정해주는데 자신감 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성과일 겁니다.” 러시아 연극평론가 레브 작스 우랄대 철학과교수는 ‘우투리’에 대해 “이야기로 시작해 전설로 들어갔다가 다시 이야기로 끝나 는 형식의 작품으로 한국의 전통예술을 이용해 새로운 무대공연 을 창조했다”면서 “언뜻 브레히트 서사극이 연상됐으나 그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김원장은 올해 가장 화제를 모은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 와요’를 쓰고 연출한 흥행 극작가 겸 연출가다 . 뮤지컬 ‘명성황후’의 대본도 그가 썼고, 극단 학전이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공연하도록 주선한 이도 그다. 그런 흥행감 각을 갖고 있는 그가 만든 ‘우투리’지만 아직 국내 관객의 눈 에는 생경하다.

“2000년 루마니아의 한 연극 세미나에 가서 모욕을 당했습니다.

한 동구 연극인이 ‘우리는 동양에 연극적으로 많은 영향을 줬 는데, 너희는 우리에게 주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논쟁 끝에 결국 사과는 받아냈지만 속으로 깊이 반성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 연극은 서구의 근대를 막 넘어서고 있는 겁니다 . ‘날 보러 와요’는 거기에 겨우 접근한 작품이고요. 그러나 이 것으로는 아무리 따라가도 그들을 결코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연극을 만들려는 그의 의욕이 ‘우투리’를 만든 셈이다.

“새로운 연극문법을 만들어가고 있는 아일랜드 작가 마틴 맥도 너, 프랑스의 야스미나 레자 등 서구의 젊은 작가들은 지금 무섭 게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들 뒤만 따라다 녀야 하겠습니까. 우리만의 새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해외에서 는 일단 호기심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지만 ‘우투리’는 한 계가 있습니다. 틀은 전통에서 따온다지만 내용은 현대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생경함을 탈피해 관객들에게 느낌으로 다가가야 한다 는 것 등입니다. ‘우투리’를 통해 일단 형식의 완성을 시도하 고 다른 내용을 담는 작품을 계속 추구해갈겁니다.”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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