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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大道)는 직선이 아니다 

운영자 2006.05.23 00:45 조회 수 : 444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길(道)에는 두 가지가 존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이름 하여 대도(大道) 곧 큰길=한길이고, 또 하나는 소로(小路)=경로(徑路)이다. 여기서 ‘경로’는 지름길을 뜻하는 말이다. 소로는 곧 지름길과 상통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해도 무방하다.

한데 사람들은 길을 인식하고 사고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개의 경우 큰길(大道)이라고 하면 으레 직선으로 훤하게 뚫린 길을 연상하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도 곧 고속도로라는 사고방식이 고착화된 마당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의 차원에서 길이 무엇인가를 조명해 본다면 대도가 결코 훤히 뚫린 직선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대도는 구불구불 완곡한 길이 본래의 모습이었음을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서 소로 곧 지름길은 그야말로 직선이었다.

역사의 차원에서 대도가 구불구불하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그것은 쉽게 풀이해서 대도의 조건과 성격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큰 길을 만드는 데는 몇 가지의 조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조건을 인식한 정치 지도자나 관료는 마침내 올바른 정치와 올바른 행정을 펼 수 있었는데 반해서 그렇지 못한 지도자와 관료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을 역사는 실증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는 큰 길의 첫째 조건은 그 길이 사람 사는 마을을 상하게 하거나 해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어떤 의미에서든 길은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며 길이 사람보다 우위의 조건에 놓일 수는 없는 법이다.

큰길의 두 번째 조건은 그 길이 논밭을 짓밟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조건은 농경시대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자칫 간과해 버리거나 경시하기가 쉽다. 그러나 논밭을 ‘경제’라는 개념으로 대치하면 그것이 결코 간과되거나 경시되어서는 안 될 조건임을 알 수 있다.

셋째는 산을 만나면 우회하고 강에 임하면 강변을 달리는 것이 대도의 조건이었다. 이 조건은 어쩌면 전근대적인 것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큰길의 조건은 아무리 역사가 바뀌고 산업이 발달 한다고 할지라도 불변의 원칙이라고 보아 틀림없다.

역사가 가르쳐 주는 대도의 성격은 앞에 열거한 세 가지 사항이 필요충분조건임을 웅변해 주고 있는 셈이다. 그 조건의 얼개는 한마디로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공존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공존적인 것’은 사람과 사람의 공존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 나아가서는 우주적 환경과의 공존을 포괄하는 것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에 반해 소로 곧 지름길은 그 조건이나 성격에 있어서 대도와는 정 반대의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지름길은 사람 사는 마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거리로 달리는 것을 으뜸으로 여긴다. 지름길은 논밭을 가리지 않고 마구 짓밟고 헤쳐 나가면서 길을 만들어 낸다. 지름길은 산과 강을 마구 뚫고 지나가는 성격을 지닌다.

이와 같은 지름길은 한마디로 자연 파괴적인 동시에 인성 파괴적이고 나아가서 비공존적(非共存的)인 것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의 틀 안에는 어느덧 지름길이 곧 대도인양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도를 착각한데서 오는 비극이 여기 저기 보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의 틀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도는 속도로 가늠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역사의 대도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의 대도도 속도로 가늠되어서는 안 된다.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잘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가늠되는 대도를 올바로 인식하고 닦아 나아가는 것이 절실하다.

이규행(언론인, ‘데일리 포커스’ 대표이사)

자료출처:국정브리핑 200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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